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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속으로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 멜로디 H88A signature | Hi-Fi
첨부파일 : 1258350310.jpg작성자 : musia| 작성일 : 2009.11.16 14:34:21


직업 연주가나 음악 평론가들은 어떻게 생각하면 참으로 불행한 사람들이다. 아름다운 음악을 분석 대상으로 보아야 하고,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접근해야 하니 말이다. 실제로 연주회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있으면서도, 인상을 쓰고 연주자를 째려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직업 연주자들이거나 평론가들이다. 아니면 그 공연에 관하여 억지로 리포트를 써야 하는 학생들일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 음악 애호가들에게 있어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한없이 자유로운 감성적 행위라는 점이다.

음악을 들을 때 자신의 감성이 추구하는 대로,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아름다움 또는 자신에게 요긴한 어떤 것을 얻으면 그 뿐이다. 개인의 감성은 누구나 다르고, 또 간섭할 수도 없는 일이므로 사람마다 음악 듣는 패턴이나 습관이 다르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전혀 없다. 예컨대, 비가 오면 미친 듯이 쓸쓸한 현 소리만 골라 들어도 좋고, 캄캄한 밤에 조명을 낮추고 와인 한 잔과 함께 농염하게 속삭이는 여성 보컬을 사랑해도 좋다. 대편성 관현악곡을 크게 들으며 지휘자 흉내를 내도, 시원한 락 음악과 함께 헤드 뱅잉을 하면서 기타의 애드립을 따라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자신이 좋으면 좋은 것이다.

필자는 진공관 앰프를 좋아한다. 그것은 결코 성능 때문은 아니다. 앰프의 증폭 회로에 관련된 기술은 이미 끝까지 와 있다. 왜율은 이미 인간의 귀로 감별할 수 없을 정도로 줄었고, 다이내믹 레인지는 실제 공연장의 수준을 가볍게 넘어설 수도 있다. 지금 시대 또는 앞으로도 첨단 연구소에서 앰프의 증폭 회로 따위를 연구하는 것은 결코 볼 수 없을 것이다. 아마 앞으로 계속해서 출시될 오디오 기기라는 것은 성능 면에서 보면 기껏해야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디지털 신호처리부가 개선되는 정도일지도 모른다. “브람스 교향곡 3번!” 하고 큰 소리로 외치면 알아듣고 재생해주는 앰프가 조만간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 후에 남는 과제는 인간의 본능적인 추구-고효율에 대한 집착 정도일 것이다.


필자가 트랜지스터 앰프보다 진공관 앰프를 선호하는 이유는 빛이 나오기 때문이다. 음악을 들려 주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빛을 통해 보인다. 조명을 어둡게 하고 진공관 앰프를 켜놓으면 비치는 어슴푸레한 오렌지색 불빛. 이 불빛을 보고 있노라면 불장난하던 어린 시절이나, 설레는 가슴으로 누군가와 함께 촛불을 바라보던 기억 또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과 모닥불의 아련한 추억에 빠져들게 마련이다. 음악을 듣기 전에 이렇게 가슴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감상할 준비를 할 수 있다면 더욱 순수하게 음악에 몰입하게 될 것은 당연하다.

새로운 진공관 앰프가 수입되었다고 한다. 멜로디. 처음 이 브랜드의 이름을 전화로 듣고는 몇 해 전 양판 시장에 떠돌던 엉성한 AV 스피커가 연상되어 찜찜했다. 엉성한 제품을 리뷰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싫다. 후일 AV와는 전혀 상관없는 제대로 된 다른 회사라는 부연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안심했다. 정식 회사의 명칭은 ‘멜로디 밸브 하이파이’로, 1996년 호주 멜버른에서 창립하여 유럽 쪽에서는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명칭에서 나타나듯 진공관 앰프에 올인하고 있는 회사. 생산하는 제품의 종류는 제법 많다. 인티앰프로는 5881, EL34, KT88, 2A3를 푸시풀로 채용한 모델들이 눈에 띄고, 300B 싱글도 있다. 입문기라고 할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5881을 제외하고는 동일한 외관 마무리에 모두 수작업을 통한 하드와이어링으로 제작되었다. 프리앰프로는 고급품 단 한 종류만 생산하고 있는데 매력적인 고전관 101D를 사용한 것. 파워 앰프로는 모노 블록만을 제작하고 있고 300B, 2A3, 845, KT88의 푸시풀 앰프와 300B 싱글이 있다. 이번에 리뷰하는 H88A 시그너처는 인티 앰프로서 KT88 푸시풀 구성, 가격적으로는 입문기 쪽에 가까운 제품이다.

박스에서 꺼낼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두터운 검정색 래커 마감이었다. 금속에 이런 마무리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도색을 여러 번 반복하고 열처리와 피니싱 가공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고품위 광택이다. 단정하고 단단해 보이는 빈틈없는 외관. 꼭 있어야 할 것들만 있다. 디자이너가 작업하면서 독특하게 자신을 표현하려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필자가 출중한 디자인이라고 느꼈던 것은 언제나 손을 살짝 덜 댄 느낌이 드는 것들, 조금만 넘치면 형편없는 삼류라는 느낌이 들곤 했다. H88A 시그너처 앰프에서는 디자이너의 자제심을 읽을 수 있다. 처음 보아도 자주 보았던 것 같고, 오래도록 보아도 싫증나지 않을 수수하고 담백한 디자인. 필자의 취향으로는 조금 더 멋을 부렸어도 괜찮을 뻔했다.
채널당 12AX7 1개와 6SN7 2개, KT88 2개, 전형적인 푸시풀 구성이다. 최근 들어 사용 빈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6SN7을 사용한 것은 아마도 설계자의 취향이 오래 전 진공관 앰프의 그리운 소리에 경도되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한다. 섀시 좌우에 출력관의 바이어스 조정용 반고정 저항이 있다. 출력관을 끼우고 바이어스를 지정 전압에 맞추었다. 반고정 저항은 여러 바퀴 돌려 정밀하게 맞출 수 있는 고급형. 한편 시청 기기에 장착되어 있는 관은 골든 드래곤 12AX7과 자사제 6SN7, 그리고 일렉트로하모닉스 KT88이다.

CD 플레이어는 제품의 가격대를 고려하여 홀피의 사라를 준비. 여분으로 노스스타의 분리형 192 시리즈도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 CD 플레이어와 앰프간 연결에는 피카소 언밸런스, 스피커 케이블은 피카소 2를 쓰기로 했다. 앰프 뒷면의 RCA 단자들은 금도금된 고급형, 스피커 케이블은 요즘 유행하는 투명 플라스틱으로 실드된 타입, 8Ω과 4Ω 탭이 준비되어 있다. 입력 4계통의 간결한 구성. 테이프 출력 단자도 제공하지 않는다. 먼저 소형 스피커와의 매칭부터 시도. 앰피온의 헬륨과 연결. 파워 온. 잠시 예열을 하는 동안, 앰프를 자세히 살펴보며 노브들을 돌려보았다. 조금 힘을 주어야 돌아가는 셀렉터와 어테뉴에이터 볼륨의 정밀한 감촉이 야무지다. 스피커에 귀를 대고 들어도 험은 들리지 않았다.

처음 올린 음반은 늘 듣는 리키 리 존스의 . 초소형 스피커답지 않은 스케일과 다이내미즘이 느껴진다. 리키의 보컬에서 비음이 농염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중역 쪽이 풍성하게 솟아 있는 음 밸런스. 흔히 이야기하는 진공관 앰프의 ‘다정한 음’이다. 니틴 소니의 , 에릭 빕의 어쿠스틱 기타에서도 음장이 좀더 여유 있게 펼쳐졌으면, 높은 고역 쪽이 조금 더 뻗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초단관을 수입원에서 보내 온 Ei 엘리트로 교체한 후에 고역의 인상은 크게 바뀌었다. 초고역이 열리는 느낌. 고역도 나긋나긋하고 해상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중역의 풍성함과 저역의 에너지는 상대적으로 감소했고 소리의 빛깔이 연해졌다. 듣는 이에 따라, 그리고 매칭하는 스피커에 따라 선호하는 초단관이 바뀔 것이나, 필자의 취향으로는 Ei 엘리트 쪽이 더 가능성이 있다고 느껴진다. 마침 정식 수입된 제품에는 Ei 엘리트의 초단관이 사용된다고 한다.

스피커를 다인오디오 콘투어 1.1 SE로 바꾸어 맸다. 처음 듣는 순간 훌륭한 매칭이라고 생각했다. 저역이 상당히 깊게 내려가며 양감도 풍성하여 스케일이 더욱 커졌다. 남성적인 매력의 시원한 소리. 소리가 스피커 주변에 머무르지 않고 상쾌하게 이탈되어 나오는 것이 통쾌하다. 한 동안,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음악을 들었다. 리스닝 공간이 그리 넓지 않다면 추천할 만한 조합. 이제는 스피커의 수준을 올려보고 싶다.
그렇게 우아한 외관은 아니지만, 음압이 높아 소출력 진공관 앰프와 좋은 매칭을 보여 주었던 다이나복스의 오팔을 연결해보았다. 역시 스피커의 크기가 큰 만큼 음의 표현에 여유가 생겼다. 맥베드 서곡과 같은 대편성도 좋았지만, 야론이 연주하는 타르티니의 ‘악마의 트릴’에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생생한 현 소리에 놀랐다. 빈티지 계열의 달콤한 중역과 현대적 스피커의 미덕―탁 트인 고역과 단단한 저역이 적절하게 섞인 절묘한 소리. 깜짝 놀랐다. 길을 걷다가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면 두 번 쳐다보게 되듯이 못생긴 오팔과 시커먼 앰프를 번갈아 쳐다보게 되었다.

문득 시커먼 놈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망설임 없이 바닥을 뜯었다. 수수한 겉모습과는 달리 내부의 모습은 예사롭지 않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커플링 커패시터. 그 유명한 호블랜드 뮤지캡. 다음은 볼륨 어테뉴에이터. 24스텝의 이 어테뉴에이터는 1% 금속피막 저항을 일일이 납땜해서 조립한 것. 값비싼 앰프라고 해서 아무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부품은 결코 아니다. 한편, 출력단의 릴레이 부분과 좌우측의 바이어스 조정 회로를 제외하고는 모두 선재로 부품 사이를 연결한 하드와이어링으로 만들어졌다. 하드와이어링으로 작업하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상승하지만, 진공관 앰프는 B전압이 높기 때문에 하드와이어링이 음질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은 이미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하드와이어링 앰프라고 해서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다. 선재의 선택과 배치에 따라 기판을 채용한 제품에 비해 현격한 편차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H88A 시그너처의 내부를 보면서 흠잡을 곳을 찾지 못했다. 진공관 앰프 제작에 상당한 경험이 있는 인물이 설계한 듯하다.

속까지 살펴보았으니 이제 스피커의 수준을 더 올려보고 싶다. 하베스의 모니터 40. 당당히 대형 스피커라고 할 만하다. 제대로 울리는 것과 적당히 울리는 것의 편차가 무척 큰 스피커. 맥베드 서곡에서는 넓은 카잘스의 공간을 채우는 스케일감과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저역 끝을 느꼈다. 소리는 후련하게 뻗어 나온다. 적당한 여운을 가진 저역은 클래식 대편성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준다. 신디 피터스의 ‘House of Rising Sun’에서는 트라이앵글 소리가 맑고 투명하게 공간에 펼쳐지지만 ‘악마의 트릴’에서는 오팔에 비해서 고역 끝이 살짝 무뎌졌다. 그렇게 리뷰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많은 음반을 들었다. 리키의 음반에서는 고역이나 저역이 어떻다는 느낌보다는 그녀의 목소리가 데뷔 시절에 비해 왜 이렇게 슬프게 변했는지, 그녀가 겪었을지도 모를 삶의 무게를 상상하며 우울해졌다.

KT88 푸시풀 구성으로 50W를 내는 진공관 앰프라고 하면 힘을 장기로 하는 음 성향일 것으로 예측하기 쉽다. 물론 이 앰프는 소형 북셀프 스피커와도 기대 이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하베스와 같이 음압이 높은 대형 스피커와의 매칭이 더 자연스럽다. 넘치는 힘을 자랑하는 타입보다는 음색에 매력을 지닌 앰프라는 결론. 기술적으로 특별한 것도 없고 리모컨도 되지 않지만 음악을 듣다 보면 측정기가 아닌 소리를 들으며 튜닝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을 하게 된다. 소리에서 제작자의 감성이 느껴진다는 말이다.
조명을 켜지 않은 채로 망연하게 앉아서 음악을 듣다 보니 주위가 어두워졌다. 보일 듯 말 듯 희미하던 진공관의 불빛이 조금씩 붉게 달아오르며 리키의 목소리가 더 촉촉하게 속삭인다. 분명히 오디오는 기술이 아닌 감성적 영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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